“별에 가고 싶어요...” “가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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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판본구매중독증'환자(?)의 서가를 엿보다 1
부제:월간 <판타스틱> 6월호 '그들의 서가를 엿보다' 따라하기
책 읽기와 더불어 책 모으기를 좋아하는 이들한테는 서가 혹은 서재 또는 서고란 그들 각자의 삶이 담긴 또 하나의 창이다. 그런 까닭에 서재를 엿본다는 것은 손때 묻고 발품 판 흔적이 있는 세세한 일상에서부터 나아가 세계관, 좀 더 나아가 우주관까지 짐작할 수 있는 단서를 얻는다는 뜻이기도 할 터다. 작가부터 비평가, 영화/드라마 연출가, 프로듀서 등과 같이 정상적인 직종에서 활약하지 못하고 온라인 세상에 숨어 '블로거'란 직종(?)에서 활약하고 있는 SF애독자의 서재를 찾아갔다. 언제든 기회만 있다면 차를 마시며 혹은 술 한 잔을 나누며 밤을 새워서라도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은 사람. 만남과 교감은 이런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이런 광경을 목격한 건 처음이다...
지금 내 눈앞에는 <천재 수술>, <찰리>, <알게논의 무덤 위에 한송이 꽃을>, <모래시계>, <생쥐에게 꽃다발을>, <앨저넌의 영혼을 위한 꽃다발>, <빵가게 찰리의 행복하고도 슬픈 날들>, <앨저넌에게 꽃을>까지 총 여덟 권의 책이 놓여 있다. 어딘가 비슷비슷해 보이기도 하는 제목을 지닌 이 책들의 첫번째 공통점은 작가가 한 사람이라는 것으로 작가의 이름은 '다니엘 키즈_Daniel Keyes'.(이쯤에서, '책 주인이 다니엘 키즈의 굉장한 팬인가 보다'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그런데 두번째 공통점이자 놀라운 점은 이 책들이 죄다 < Flowers for Algernon>의 한국어 번역판본이라는 것이다!... 한 작품이, 그것도 순문학이 아닌 장르문학 작품이 여덟가지 판본으로 출간됐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것들을 싸그리몽땅 모으고 있는 사람이 있다니 살짝 충격스럽기까지 했다.;;

동일한 작가가 쓴 똑같은 책을 오직 출판사가 다르다는 이유로, 심지어는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임에도 단지 표지가 다르다는 이유로 또 구입하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것은 입사 직후의 회식자리에서였는데 그때만해도 동료기자들이 어디 자료실이나 도서관 같은 곳에서 목격한 것을 잘못 얘기했거나(또는 내가 잘못 들었거나) 아니면 농담을 하는 줄로만 알았었다. 출판계에 전해내려오는 오래된 농담정도로만... 그때는 그랬었었다.
그러다 얼마전, 과학소설 전문 출판사 오멜라스에서 <솔라리스>가 재간되었다는 얘기에 "세 번째 판본이다", "아니, 네 번째 판본이다"를 놓고 동료기자들이 옥신각신하다가 마침내 내기까지 하는 것을 보고 있으려니 문득 판본별로 모은다던 '그 사람' 얘기가 떠올랐고 이참에 사실관계를 확인해보고자 하는 기자로서의 사명감과 호기심이 발동 -> 크게 수소문 할 것도 없이 쉽게 연락 -> 약속 날짜를 정한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마침내 집을 방문 -> 달랑 방 한 칸짜리 침실겸 거실겸 서가를 외부인으로서는 최초로 구경하게 되었던 것이다...

'중복판본 수집가'라기에 똑같은 책들끼리 주루룩 진열해 놓았을줄 알았는데 출판사별로 정리가 된 책장이 있는가하면, 작가별로 정리가 된 책장도 있고, 또 어떤 책장은 별 공통점없이 정리(?)가 된 것처럼 보이기에 일단 서가를 마구잡이로 둘러보며 알만한 책을 찾다가 몇 년전 영화로도 개봉됐던 'H.G.웰즈'의 <우주전쟁>이 세 권이나 나란히 꽂혀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어? <우주전쟁>도 세 권이나 출간됐군요!"했더니 이 사람 하는 말, "세 권짜리는 중복판본에서도 흔한 편에 속한답니다. 그리고 그 책의 번역판본은 세 권이 아니라 여섯 권이고요."하며 나머지 세 권을 더 찾아주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일단 세 가지 판본의 작품 몇 개를 보여 줬는데, 아쉽게도 박선배 책상에서 본 기억이 있는 <라마와의 랑데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잘 모르겠는 작품들뿐이라 '아, 이런 책이 있군요... 들어본 것 같아요...'하며 대충 얼버무렸는데 그의 수고와 열정을 몰라주는듯해 다소 미안하기까지 했다.(공부 좀 더 하고 갈 걸...)

기자가 민망해하지 않도록 재빨리 세 권 짜리 판본을 치우더니 이번엔 네 가지 판본으로 출간된 작품들을 계속해서 보여줬는데, 몇 년전 찜질방도 아닌 곳에서 수건을 둘둘 말아 머리에 쓴채 모든 관객이 한마음이 되어 관람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우울증 걸린 로봇 '마빈'이 너무나도 귀여웠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라든가, '폴 버호벤'감독에 의해 영화로 제작되었던 <스타십 트루퍼스>는 모두 알만한 작품들이었지만 이 작품들의 판본이 네 가지씩이나 된다는 것은 미처 몰랐던 사실로, 그중에서도 <스타십 트루퍼스>의 경우 '시공사(<우주의 전사>와 <스타쉽 트루퍼스>로 출간)'와 '행복한책읽기'출판사에서 내용은 똑같은 것을 각각 두 가지 표지로 출간해서 합이 네 권이지만 번역자는 동일한 사람이라는데 비록 행복한책읽기판에는 시공사판에서 누락된 부분이 복원되었다고는해도 같은 작가/ 같은 작품/ 같은 번역자로 이루어진 네 가지 판본의 책을 모두 소장하고 있다니 이 사람 정말 별나구나 싶었다.(정작 번역자는 네 가지 판본을 다 가지고 있는지가 몹시 궁금할정도...).
참, <솔라리스>는 청담사(1992) -> 시공사(1996) -> 집사재(2003)에 이어 이번에 오멜라스(2008)에서 출간된 책이 네 번째 판본이란다~("김선배가 이겼네요!")

이어서 다섯 가지, 여섯 가지 판본의 책을 한 번에 꺼내 보여주기 시작했는데 앞서 얘기한 <우주전쟁>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 작가의 작품으로만 이루어졌으니 그 작가는 바로...

사진설명1. 벽을 따라 잭의 콩나무처럼 쌓아올린 <리더스 다이제스트>. 학창시절부터 취미로 한두 권씩 사 보다가 나중엔 아예 정기구독, 전역한 뒤에는 '창간호부터 모아보자!'라는 생각에 청계천 일대를 비롯한 헌책방을 돌아다니면서 한 권 한 권 모으기 시작했고 마침내 창간호까지 구입! 현재 <리더스 다이제스트> 전 권을 소장하고 있다고 함.
사진설명2. 방에 들어서는 순간, 책보다도 먼저 눈길이 간 장난감 탱크들...(무려 100대란다!) 책장, 아니 탱크장은 가구점에서 직접 주문/제작했다고...(수정:'장난감 탱크'가 아니라 '밀리터리 프라모델'이란다. 하나하나 살펴보니 탱크뿐 아니라 찦차에 트럭에, 헬기까지!...)




글_월간 <그래픽SF> 김지혜 기자.
by 스페이스오딧세이 | 2008/07/03 20:31 | 土星의 초라한 사진관 | 트랙백(1) | 덧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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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blogring.org at 2008/12/16 14:04

제목 : flowers+for+algernon-으로 이어질 ..
flowers+for+algernon-에 관한블로그를 요약한 것입니다....more

Commented by Abby at 2008/07/03 21:09
와 멋있어요!!
Commented by 스페이스오딧세이 at 2008/07/05 03:14
하핫, 제 책장이 좀 짱이죠~^^*
Commented by 다크엘 at 2008/07/03 21:48
흐음...저같은 사람이 있긴 있군요;; 저분은 저보다 더 대단하신 것 같지만;;;;;;;;;;

저는 어린왕자만 다섯권인가 여섯권인가 가지고 있는데.....이상하게 서점가서 가지고 있는거랑 다른게 보이면 계속 사게되더군요(.. )
문제는 사서 읽어보고선 어디에 뒀는지 까먹는다는거..ㅎㅎ
Commented by 스페이스오딧세이 at 2008/07/05 03:14
와하, 종족이군요! 반가워요~ :)
Commented by 땅콩샌드 at 2008/07/04 05:03
헉 저런 사람이 정말 있군요.
Commented by 스페이스오딧세이 at 2008/07/05 03:15
네, 있네요...^^;
Commented by 샹화 at 2008/07/04 14:20
이거Sface님의 서가 아니었나요?
Commented by 스페이스오딧세이 at 2008/07/05 03:15
후훗, 어찌 아셨는지요?^^
Commented by 프리미어 at 2008/07/04 14:36
총몽과 프라네테스, 극한의별이 보이네요. 정말 스페이스님 서재에요?
Commented by 스페이스오딧세이 at 2008/07/05 03:15
크흐, 아마도요~(이제는 그 누구도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서재랍니다...ㅠ_ㅜ)
Commented by 땅콩샌드 at 2008/07/04 20:58
어 그러고 보니 이거 스페이스오딧세이님 서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리더스 다이제스트 얘기도 술자리에서 들은 것 같고.
Commented by 스페이스오딧세이 at 2008/07/05 03:16
엇, 술자리에서 그런 얘기도 했던가요? 가물가물...
Commented by HAPIBLACK at 2008/07/05 07:29
그러고보니 리더스 다이제스트 들어본것 같기도 하네요. 몇번 참석은 안했지만 ^^;;;
은근 자랑하고 다니셨군요 ㅋㅋ 근데 자랑할만 하네요~^^ 없어지기 전에 실물로 보고 싶네요 ㅎㅎ
Commented by 다크엘 at 2008/07/05 12:40
흐음, 낚였다는걸 엊그제 R모양에게 들었습니다(.. )
그런데 누구도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서재라니.....이런..처분하시는건가요 설마?
Commented by 스페이스오딧세이 at 2008/07/07 19:00
(처분은 아니지만) 암튼 저 모습의 서재는 SFace의 역사에서 사라졌다는...ㅠ_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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