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 가고 싶어요...” “가려무나~”
by 스페이스오딧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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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 냉장고에 집어 넣은 '클라크' 2_단편

01. <파수_The Sentinel> 1951.
나는 느긋하게 누워서 남쪽 지평선에 솟아 있는 산벽_山壁의 이곳저곳을 바라보았다.
시선을 돌리려는데 서쪽 30마일 쯤에 우뚝 솟은 거대한 절벽 꼭대기에서 금속성 물체가 빛나고 있었다.
도대체 어떤 종류의 바위이길래 저렇게 밝게 빛날 수 있는지 궁금해진 나는 다음날 날이 밝자마자 등산장비를 챙겨 그 절벽 아래까지 탐사차량을 몰고 간 뒤 밧줄을 묶고는 등정을 시작했고, 절벽을 타기 시작한지 한 시간 가량만에 마침내 마지막 모서리를 기어올라 똑바로 선 뒤 앞을 응시했다.
바로 그 순간에도 나는 어떤 기묘하거나 신기한 것을 발견하리라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았다.
그곳엔 사람의 키보다 두 배는 높게 솟아오른 초대형 냉장고가 문이 활짝 열린 채 세워져 있었을 뿐이다.
아마도 처음 몇 초간은 전혀 아무런 감정도 일어나지 않았던 듯하다.
그 뒤 갑자기 가슴이 뛰기 시작했고, 이상하고도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이 마구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인류 역사상 내가 처음으로 발견한 것이다.
냉장고 안에는 코끼리가 들어 있었던 것이다.



02. <90억 가지 신의 이름_The Nine Billion Names of God> 1953.
조지는 슬쩍 시계를 보았다.
"한 시간 남았군."
전봇대 위에 매달려 있던 그는 어깨 너머로 처크를 흘낏 돌아보곤 잠시 생각한 뒤에 덧붙였다.
"주방까지 초스피드 광케이블 설치가 끝나긴 했는데, 코끼리가 인터넷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군."
처크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으므로, 조지는 전봇대에서 내려와 창문 사이로 집안을 들여다 보았다.
어딘가를 향해 고개를 돌린 처크의 얼굴이 밀가루같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저것 좀 보게." 처크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속삭였다.
그래서 조지는 고개를 돌려 주방쪽을 바라다 보았다.
모든 것에는 항상 마지막 때가 있는 법이다.
인터넷이 내장된 냉장고 안으로 하나 둘씩 코끼리떼가 들어가고 있었다.



03. <숨바꼭질_Hide-and-Seek> 1953.
카슨은 마치 내게 이렇게 말하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너는 이제 이 집에서도 두 번 다시 초대받지 못할 거야.'
그러고는 우리를 초대한 집주인이 멀리 사라지자 시니컬하게 이렇게 말했다.
"넌 또 일을 저질렀어. 어쩌자고 그런 말을 했니?"
"충분히 근거가 있는 추측이지요. 만일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그가 그렇게 잘 알고 있겠어요?"
"사실은 말이다. 그가 전쟁 후에 디즈니랜드 동물원장을 만난 걸로 알고 있다. 그들은 서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나누었지. 그러나 나는 그때 사건으로 루퍼트 중위가 병장으로 계급이 강등된 채 전역당했다는 사실을 네가 알고 있는 줄 알았지. 사문위원회는 결코 그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했어.
어쨌든 우주함대 사령선인 엔터프라이즈 호에 파견 나간 대대급 보급장교가 코끼리를 냉장고 속에 감춰서 빼돌렸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04. <동방의 별_The Star> 1956.
이젠 아무 것도 의심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옛날옛적부터 내려오던 신비가 마침내 드러난 것이다.
오오, 하나님! 정녕 당신께서는 귀여운 손주가 코끼리한테 과자를 빼앗겼다는 이유만으로 코끼리 부부의 방주 승선에 거부권을 행사한 노아를 설득하실 수는 없었단 말입니까?
여차하면 방주를 뒤집어서 하나님의 마지막 피조물들을 몽땅 수장시켜 버리겠다는, 대홍수 이후로는 그 어디에서도 하나님을 찬양하는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게 만들어 버리겠다는 노아의 위협에 굴복해, 이 평화롭고 행복했던 한 쌍의 코끼리가 따로따로 냉장고에 탑승함으로써 다시는 서로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은채 대홍수 기간을 좁아터진 냉장고 안에서 보내도록 하셨단 말씀입니까?



05. <별을 향한 삶_The Call of the Stars> 1958.
아버지는 여러 가지 방법을 쓰셨지만 제일 처음은 조롱이었다.
"그래, 네 말마따나 언젠가는 사람들이 코끼리를 다른 곳에 넣게 되겠지."
아버지는 비웃으셨다.
"그렇지만 그래서 어쩐다는 거냐? 코끼리를 집어 넣을 냉장고만도 태산같이 많은데 누가 '그런' 일을 하려고 하겠니? 코끼리를 집어 넣도록 되어 있는 곳은 오직 하나, 냉장고뿐이야. 우리가 코끼리를 넣어야 할 곳은 이 냉장고뿐이라고."
그 당시 나는 열여덟 남짓한 나이였지만 아버지의 얘기에 논리적인 반론을 펼칠 수 있었다. 난 이렇게 대답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가 코끼리를 넣어야 하는 곳이 냉장고뿐이라고 어떻게 단정하실 수 있어요, 아버지?
'김치냉장고'는 냉장고 아닌가요?
이제 인간은 코끼리를 김치냉장고에도 넣을 만큼 눈부신 기술문명을 이루었다고요."



06. <지구 통과_Transit of Earth> 1971.
이제 마지막 장면이 시작될 참이다.
더 이상 먹을만한 음식이 없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 봐도 온통 상한 음식뿐.
여전히 정상적인 가동을 하고 있는 '만도', '엘지', '삼성' 사에서 개발한 냉장고들은 그것을 볼 때마다 우리가 처음에 맛보았던 실망감의 기억으로 나를 조롱한다.
우린 그것들이 음식물을 오래 보관할 수 있으리라 확신하고는 신선한 채소류와 냉동육과 같은 식료품 따위를 구하러 E-마트로 달려 나갔었다!
지금까지도 그당시에 먼저 냉장고를 열어 보지 않았던 이유를 알 수 없다.
火星의 냉장고는 냉장실, 냉동실 할 것 없이 온통 코끼리떼로 꽉꽉 채워져 있었다.
그 누구도 다른 음식을 넣을 공간을 마련하기위해 코끼리를 냉장고에서 꺼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07. <사랑으로 충만한 우주_Love That Universe> 1972.
인도는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해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그동안 우리 인도인들의 생존을 가능하게 했던 우리의 본능적인 감정 한 가지를 다 같이 이끌어내자는 것이 과연 터무니없는 일일까요?
인도인 스스로가 서로의 갈등으로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를 맞았던 과거 어느 시대에, 우리의 위대한 마하트마 간디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바로 오늘 제가 여러분께 말씀드리려는, 우리들의 생존을 보장해 줄 감정인 애국심입니다.
"우리는 이제부터라도 인도 코끼리를 구입해서 냉장고에 넣어야 한다.
단지 싸다는 이유만으로 수입산 아프리카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으면 우리의 먹거리 문화는 멸망한다."



08. <재결합_Reunion> 1972.
지구의 인류 여러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우린 당신들의 사촌이나 다름없으니까 말입니다.
우리도 한때는 지구에 살았었습니다. 오랜 옛날, 거대한 맘모스떼가 지구를 지배할 때의 얘기지요.
우리가 도착했을 즈음엔 맘모스떼는 멸종되어가고 있었고, 그것들을 구하고 싶었지만 우리로서도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당시의 지구는 전체가 열대우림으로 뒤덮인 여름의 행성이었지요. 연일 찌는듯한 무더위를 못 견딘 맘모스가 한 마리 두 마리 쿵쿵 쓰러지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우리는 결단을 내려야 했습니다.
우주를 누비며 뛰어난 문명을 자랑하던 우리는 생물진화, 유전공학 기법을 총동원해서 거대한 맘모스의 털을 짧게 잘라내고 덩치를 줄이고줄인 끝에 마침내 맘모스를 냉장고에 집어넣어 무더위에서 해방시켰던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지금 코끼리라 부르는 생물체는 사실, 유전자 조작으로 축소된 맘모스였던 것입니다.
by 스페이스오딧세이 | 2008/04/05 00:34 | 火星의 고장난 우주선 | 트랙백 | 핑백(1)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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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될지 모골송연. ★미래에서 온 역사학자 (초록불님) 안목이 비범한 것은 현대인이 아니기 때문에? ★코끼리를 냉장고에 집어 넣은 '클라크' (스페이스오딧세이님) 01 / 02 무한한 응용의 세계. ★[단편/SF] 젠틀맨 캉브리올뤠르 (더카니지님) 범인의 동기가 이해될듯말듯한 점이 뽀인트. ★He loves us, 그 자초지종 (euphe ... more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8/04/05 01:40
김치냉장고...OTL
Commented by stonevirus at 2008/04/05 10:24
^ㅅ^/bb
Commented by 스페이스오딧세이 at 2008/04/05 16:40
크흐~ IQ 430 이상만(?) 이해할 수 있는 유머를 알아주시니 대단히 캄사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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