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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유년기의 끝_Childhood's End> 1953. 꼭대기에 이른 두 아이는 빨려들듯이 냉장고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무서운 정적이 전 세계를 뒤덮었다. 정적은 거의 이십 초쯤 계속 되었다. 이윽고 그 거대한 입구 속에 드리워진 어둠이 앞으로 밀려나오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동시에 '그것'의 모습이 햇빛 속에 드러났다. 왼쪽 어깨에는 소년이, 오른쪽 어깨에는 소녀가 앉아 있었다. 두 아이들은 '그것'의 귀를 가지고 노는 데 정신이 팔려 지켜보고 있는 군중들한테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크고 넓적한 귀, 거대하고 날카로운 뿔, 그리고 손을 대신해 과자를 받아 먹는 코까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거대함이 거기에 모여 있었다. 모든 육상동물들 가운데 가장 거대한 것이 냉장고 안 어둡고 깊숙한 곳에서부터 걸어 나와 밝은 햇빛 아래에 그 거대한 몸을 빛내며 그 곳에 서 있는 것이다... 02. <도시와 별_The City and the Stars> 1956. "저 문으로 나가보겠습니다." 앨빈은 막을 수 있으면 막아보라는 듯이 완강하게 말했다. "저 문이 어디로 통하고 있는지 보고 싶습니다." 말을 마친 앨빈은 단호하게 걷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는 문 앞에 도착했다. 이것은 결단의 시간이었다. 앨빈은 오랫동안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주저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 결단은 가차없이 내려졌다. 앨빈은 살며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일찍이 수많은 그의 종족들이 매일 이러한 외출을 한 시대가 있었다. 그 까마득히 먼 시대로부터 그의 종족들은 문 밖으로 나갔으며, 다시 이 안으로 돌아왔었다. 그것은 그들한테 지난 십억 년 동안에 가장 중요한 외출이 되려 하고 있었다. 뒷발로 문을 닫고, 앨빈은 가까운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갑자기 네 다리에 힘이 쭉 빠져버린 것 같았다. 앨빈은 긴 코를 말아올린채 주위를 둘러보며, 자신이 이제 막 떠나 온 거대한 장소가 어딘지 알아내기 위해 탐색을 시작했다. 이때 앨빈은 그 거대한 건물의 출구 윗 쪽에 스티커가 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곳에는 간단하지만 마음 든든한 말이 나타나 있었다.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냉장고." 03.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_2001:A Space Odyssey> 1968. 그는 길이 8백 피트, 폭 2백 피트쯤 되는, 바위처럼 단단하게 보이는 넓고 평평한 직사각형 위에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것이 사라져 버렸다. 그것은 시각적인 환영이었다. 3차원의 물체가 속을 겉으로 내놓으면서 뒤집히다니...! 이 거대한, 그리고 틀림없이 견고한 물체가 그렇게 뒤바뀌고 있었다. 불가능한,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평평한 평야 위에 높이 솟아 있던 모노리스가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지붕처럼 보이던 것은 바닥을 알 수 없는 무한한 길이로 떨어져 버렸다. 보먼은 그 어지러운 순간에 수직의 갱 속을 들여다 본 기분이었다. 그것은 원근의 법칙을 무시한 사각형의 구멍이었다. 구멍의 넓이가 거리에 상관없이 일정하게 보였던 것이다. 데이비드 보먼은 더듬더듬 겨우 몇 마디 말을 했다. 80분 후 9억 마일 떨어져 있는 미션 컨트롤에서 청취하면 영원히 잊지 못할 마지막 인사였다. "허공이다... 끝이 없다... 그런데... 오, 하느님!... 코끼리, 코끼리가... 냉장고에 코끼리가 가득 차 있다!" 04. <라마와의 랑데뷰_Rendezvous with Rama> 1973. 그는 나란히 붙어 있는 손잡이 두 개 중 하나를 긴 코로 꽉 움켜쥐고는 네 다리로 바닥에 버텨 선 채 힘을 줘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열리지 않았다. "좀 거들어 주게." 그가 동료한테 말했다. 그들은 냉장고 문을 붙잡고 서서 있는 힘을 다해 잡아 당겨보려고 했지만 그것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물론 외계의 생명체들이 사용하는 냉장고 문이 지구에서처럼 당겨야만 열린다고 생각할 이유는 하나도 없는 것이었다. "미닫이 문이 아닐까요?" 동료인 점보가 제안했다. 이번엔 아무런 저항도 느껴지지 않았다. 힘도 안 들이고 문이 열리더니 아주 천천히 멈추어 섰다. 그곳으로부터 새어나오는 서늘한 기운이 더위를 약간이나마 가시게 해주었다. 이제 냉장고로 들어가는 문이 열린 것이다. 05. <낙원의 샘_The Fountains of Paradise> 1979. 모건 박사가 세 시간이 넘도록 낑낑 거렸음에도 냉장실 문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코라가 이번에는 완연히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모건 박사, 난 정말 강력히 주장합니다. 적어도 30분간은 완전한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이번에는 대답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다. 모건은 코라의 말이 맞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코라한테 이것은 하나의 생명만이 관련된 문제가 아니란 걸 이해해 달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앞다리의 통증은 분명 더 심해지지는 않고 있었다. 모건은 앞다리의 통증과 코라 양쪽을 모두 무시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느리지만 꾸준하게 냉장고를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열 시간 후 모건 박사는 냉동실 문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것도 열리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코라의 협박조에 가까운 간청으로 냉동실 손잡이에 상아를 끼워 넣고 코로 단단히 묶은 채 30분간 휴식을 취하며 뭔가 결심을 한 모건 박사는 이윽고 냉장고의 남은 부분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 후 세 시간은 모건 박사가 이제까지 겪어 본 가장 긴 시간이었다. 마침내 냉장고 맨 윗부분에 이른 모건 박사가 네 다리의 힘이 빠져 앞으로 고꾸라지면서 상아가 냉장고 윗부분을 내리 찍었고 순간, 냉장고 윗부분에 금이 가는 것을 느낀 모건 박사는 부서진 냉장고 뚜껑 틈 사이로 떨어지며 비로소 냉장고에 들어 갈 수 있었다. 06. <2010:오디세이 Ⅱ_2010:Odyssey Two> 1982. "누구죠?" 침묵을 깨고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프로이드는 그의 말을 막기 위해 손을 들어 보였다. "......당신이 레오노프 호에 탑승중인 것을 알고 있고...... 내 생각으로는 내가 있는 곳에 안테나를 맞출...... 충분한 시간이 없을지 모르나......" 송신은 몇 초 동안 끊어져서 사람들을 초조하게 만든 다음, 곧이어 음량에는 그다지 변화가 없으나 훨씬 또렷하게 들려왔다. "......이 소식을 지구에 있는 본사에 전해 주기 바란다. 하이마트 木星매장은 3시간 전에 파괴되었다. 나는 유일한 생존자다. 나는 지금 대포폰을 사용하고 있다. 그것이 충분한 음역을 가졌을지 의심스럽지만 그러나 마지막 기회다. 제발 주의해서 들어 주기 바란다. '매장 안의 냉장고에는 코끼리가 들어 있다.' 반복한다. '매장 안의 냉장고에는 코끼리가 들어 있다.'" 07. <2061:오디세이 III_2061:Odyssey Three> 1987. "유감스럽군, 프로이드. 우주선으로 되돌아오게. 긴급 사태가 일어났어. 아니, 이곳에서가 아니야. 유니버스 호는 만사 순조롭네. 하지만, 우리는 당장 지구로 귀환하지 않으면 안될는지도 몰라." 프로이드가 선장의 부름을 받아 서둘러 가 보니 스미스 선장은 망연한 모습으로 아직 자기 방에 앉아 있었다. 이것이 만일 자신의 우주선과 관련된 긴급 사태였다면, 그는 제어된 에너지의 선풍이 되어 사방팔방으로 명령을 내리고 있었으리라. 그러나 이 상황에서는 지구로부터의 다음 메시지를 기다리는 것 말고는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사업본부만이 몹시 바쁘게 돌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선장이 말했다. "사고가 일어났다네. 당장 미술관 옆 동물원으로 돌아가서 구출 작전을 위한 장비를 갖추라는 명령이야." "어떤 사고인가?" "신참 사육사인 상아 양이야. 코끼리 우리 안의 냉장고를 청소하고 있었지. 그런데, 코끼리와 함께 냉장고에 갇혔다는군." 08. <3001:최후의 오디세이_3001:The Final Odyssey> 1997. 찬들러 선장은 스페이스가드가 태양계에 있는 다른 외계의 인공물을 찾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5시간 후, 탐색하던 골리앗은 극대 영역에서 방향음을 탐지했다. 그것은 시시할 정도로 작아 보였다. 하지만, 더 분명하고 강하게 커지면서, 그것은 금속성 물체의 신호를 보이기 시작했고, 대강 2미터 정도길이였다. 그것은 태양계를 떠나는 궤도를 여행하고 있었고, 그래서 거의 확실해졌다. 찬들러는 그것이 수만 가지 우주쓰레기 중의 하나로써, 지난 천 년기 동안 별들 쪽으로 던져진 인류의 생산품이라고 판단했다. 그러고 나서 육안 판단을 위해 충분히 가깝게 접근했고, 찬들러 선장은 우주 시대의 가장 초기 역사를 아직도 확인하고 있는 몇몇 끈기있는 역사학자들한테 경이감을 느꼈다. 컴퓨터가 그한테 준 답은 참으로 애석한 것이었다, 밀레니엄 축제에 몇 년 늦은 것이다! "여기는 골리앗," 찬들러는 지구 쪽으로 전파 연락을 했는데, 그의 목소리는 엄숙함과 함께 자부심이 곁들여져 있었다. "우리는 생산된지 천 년 된 냉장보관 전용 가전제품을 회수해 갈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안에 어떤 동물이 들어 있는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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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SKHARAAS at 12/29 그러고 보니 그렇군요 ;) by DOSKHARAAS at 12/29 몇 년 전까지만해도 TV에서.. by 스페이스오딧세이 at 12/29 저 때만해도 속편이 나올 줄.. by 스페이스오딧세이 at 12/29 제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지요.. by DOSKHARAAS at 12/29 그게 막내 로봇이 처음에 태.. by 다복솔군 at 12/28 Prentice님/ 원제는 [Batte.. by 스페이스오딧세이 at 12/28 최근 등록된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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