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 가고 싶어요...” “가려무나~”
by 스페이스오딧세이
카테고리
메모장























<판타스틱>맨이야

......필자가 아는 추리소설 마니아 윤모씨는 여자친구 부모님한테 인사를 갔는데, 취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추리소설을 탐독합니다 라고 했더니 미래의 장인이 복잡한 얼굴 표정을 애써 감추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래, 한때는 그런 것도 다 좋아할 수 있지." 또 다른 애호가 김모씨는 부모님한테 이런 말도 들었다고 한다. "너 이 다음에 커서 사람 죽일래?"
우리나라 각종 장르문학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는 미스터리 분야가 이럴진대, SF나 판타지류 애독자들의 은근한 스트레스는 훨씬 심할 수밖에 없다. 뭘 읽고 있나 싶어 책을 들춰본 친구들이 외계행성 어쩌고 하는 표지 설명을 보고 "에이씨, 뭐야." 하면서 그냥 휙 가버린다거나, 내 딴엔 뭔가 기발하고 재미있는 농담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너 SF를 너무 많이 읽어서 그렇구나,쯧쯧."이라는 응답이 돌아온다. 순진한 소리라도 한마디 하면, "야, 네가 세상물정 모르는구나"라는 통상적인 구박 대신 "그러니까 그런 이상한 소설 좀 그만 읽고 현실을 직시하란 말이야"라는 때 아닌 훈시를 듣는다. 그 하나하나는 작은 것들이지만, 크기는 작아도 깊은 상처를 영혼에 남긴다.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를 독서했음을 아주 소중한 경험으로 생각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스티븐 킹이나 아시모프의 작품을 보고 "에이씨, 뭐야." 하면서 가버릴 그 대단한 배짱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오히려 반대로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를 손에 들고 다니는 사람과 같이 다니기를 쪽팔려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모르면서 말이다......
_월간 <판타스틱> 10월호 254쪽 25째줄~255쪽 13째줄 인용.

한국땅에서 소위 장르소설 마니아로 살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겪었고겪고있으며앞으로도겪어야하는 육십갑자 무간지옥 윤회설을 담은 월간 <판타스틱> 발행인 겸 편집장 '최내현'씨의 에세이 <울트라맨이야>에 실린 글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저런 얘기는 전 우주를 통틀어 나 혼자만 듣고 다니는 줄 알았다가 어느날 SF모임에서 만난 다른 분도 더하면 더했지 나 못지않게 저런 얘기를 들은 경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드디어 우주 방방곡곡을 찾아헤매던 동지를 만났음에 '그래, 지구는 외롭지 않아. 아니, 나는 외롭지 않아!'하며 기.뻐.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르는 내용인데 읽는내내 어찌나 공감이 가던지 나도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지며 '맞아맞아' 소리가 절로 나오는 데다 옛시절(?)이 떠올라 하마터면 눈물이 다 흐를 뻔 했다...ㅠ_ㅜ(국민오빠 '조용필', 노래 한 곡 불러 제낀다.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그대 나의 사랑아~"...)

한국땅에서 소위 장르소설 마니아로 살고 있는 독자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한 내가 바라는 희망찬 내일, 아름다운 세상은 사실 별 거 아니다. "이건 또 무슨 잡지야?"하고 <판타스틱>을 집어들었다가 '그로부터 2년 동안은 평온무사하게 지냈다. 목을 잘릴 때까지는. 글자 그대로 말이다. 목을 잘린 일은 앞으로도 내 생애에서 가장 기억할 만한 경험으로 남을 것이다.'라는 글만 읽고 "에이씨, 뭐야."하며 그냥 휙 돌아서는 (목이 잘리면 앞일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죽고만다는 정도의 세상 돌아가는 물정을 너무 잘 아는) 일반인들이 분자 와이어가 난무하는 <다이디타운>의 열혈화끈한 메디컬 재미를 '우리'와 함께 느낄수 있는 날이 오는 것. 아울러, '다른 생명체를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는 바크티 종족. 천은을 섭취하여 초감각을 획득한 배도천 종족. 신인류가 몰려온다. 미래로 뛰어든 인류의 진화.'란 작품 설명을 보고 "역시 공상과학은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는 이상한 소설이야."하며 과감히 외면하는 (그 어떤 인간도 영양분을 스스로 생성해가며 독립영양체로 존재할 수 없다는 정도의 현실감각은 기본 소양으로 갖추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일반인들도 '오늘의 꽃'인냥 화사하게 피어 은은한 감동과 눈물의 향을 퍼뜨리는 <내일의 꽃>의 탐스럽고 당도 높은 재미를 '우리'와 반쪽씩이나마 섭취할 수 있는 날이 오는 것 일 뿐, 그 외엔 아무 것도 없다. 진.정.코.
그러기위해 하루빨리 그들의 '무모하고무식하며무지한 배짱'이 잔뜩 쫄아들어 콩알만해지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간절하고간절하니간절한까닭에간절하다...





덧, 본문글에서 '감히' 전국민의 베스트셀러이자 서울시교육청 중고등 추천도서인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_Chicken Soup for the Soul>를 '함부로' 거론한 것에 대해 "그게 어때서!"하며 발끈버럭하는 독자가 있다면, 일단 흥분을 가라앉히시라는 의미에서 '스티븐 킹'이나 '아시모프'의 작품을 추천하고자 한다!
(만일 '스티븐 킹'이나 '아시모프'정도로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뭐 '클라크'나 '하인라인', '르 귄'에 '필립 딕' 등등등... 그 끝이 안 보일정도로 많은 작품들이 저승에서 이승까지 번호표 뽑아들고 대기중이니 일단 이 바닥으로 한 걸음 들어오시랏! "당신을 기꺼이 환영합니다아~")
by 스페이스오딧세이 | 2007/10/04 15:39 | 火星의 고장난 우주선 | 트랙백(1) | 핑백(2) | 덧글(11)
트랙백 주소 : http://galaxian.egloos.com/tb/3420224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E.R holic at 2007/10/04 16:05

제목 : 월간 판타스틱에서 제일 시원했던 기사
트랙백 &lt;판타스틱&gt;맨이야장르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마를 두르릴(칠) 만한 기사라서 트랙백 해 왔다.장르소설 단편을 좋아하고 이거야 바로! 하며 용기를 북돋우는 기사가 많아 앞으로도 잡지사가 망하지 않는 한 (죄송) 계속 볼 작정이다.간혹 외국 장르문학 잡지의 수준 높은 질에 면역이 된 사람들이 판타스틱에 대해 우려섞인 말도 하지만앞으로 계속 쭈욱 잘 발전해 나가길 하는 바람이다.그건 그렇고, 기......more

Linked at links for 2007-1.. at 2007/10/05 07:21

... &laquo; links for 2007-10-03 links for 2007-10-04 SFace : 맨이야 저는 필립 빠돌이.. 하악하악. (tags: sf 판타스틱 매니아) 츤데레 쏟아져나오는 어휘를 따라잡지도 못하겠음. 이런 게 늙는 건가. -_-; (tags: 단 ... more

Linked at Skeptic.Cynical(.. at 2007/10/06 14:24

... 박도빈(원사운드)님이 만화화하여 올려두었더군요. 두 분 다 좋아하는지라 읽어봤는데 역시재밌더군요. 영도님의 뻔뻔한 지적유희와 박도빈님의 센스. 그리고 스페이스 오딧세이 님이 지적하신 에세이를 살짝 봤는데 여기 따로적지 않을 수 없군요. p255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를 독서했음을 아주 소중한 경험으로 생각하고 자랑스러워하는 ... more

Commented by Abby at 2007/10/04 15:47
공감 만배~라서 트랙백 해 갑니다!
Commented by 크바시르 at 2007/10/04 16:52
'너 또 이상한 거 읽고 있냐?' 라는 말을 들어본 게 저 혼자만은 아니었네요.
눈물겨운 공감입니다. ㅠ_ㅠ
Commented by 여름달 at 2007/10/04 17:03
저도 이번에 저 에세이 읽고 나서 가슴이 먹먹해져서 읽고 또 읽었습니다. ㅠㅜ 공감백만배;; 모임에는 참석하고 싶지만 기간한정 지방민은 그저 웁니다...;ㅁ; (그냥 지방민도 아니고 중간고사가 닥쳐오는 학생 지방민;;)
Commented at 2007/10/04 17:5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루디브리아 at 2007/10/04 20:32
정말 공감이에요. 일화 하나 하나가 가슴에 푹푹 꽂히더군요.
그런데 우리 마마님은 추리소설 팬이면서도 팬터지&SF 팬인 저를 구박하십니다. 아아..;
Commented by toonism at 2007/10/05 00:00
외롭지 않다며 기뻐하다가 새벽이 오는 줄도 몰랐던 그때?! 흐흐흣
Commented by 시노조스 at 2007/10/05 00:09
....아 공감합니다. 전 그런 사람들에게 종종 르귄의 단편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을 읽히죠. 이런식의 표현과 장치는 오직 SF&F 밖에 없다! 라고 알려줍니다.
많이 실패했지만 몇 명은 독자로 만든바 있습니다. ^^;
Commented by Reibark at 2007/10/05 03:53
솔직히 말이야 바른 말이지, 얇팍한 억지 감동 만들기로 점철된 것이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 아닙니까. 읽는 사람 닭살 돋아 죽어버리게 말이죠.
Commented by 스페이스오딧세이 at 2007/10/05 10:14
Abby님/ 크~ 다들 공감하시는군욧!
(이거 너무 '우리'끼리만 "맞아맞아"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크바시르님/ 책 좀 읽을라치면, "이번엔 '또' 뭐냐?" 내지 "이것도 '그런' 거냐?"하는 소리 듣기 일쑤였다는...ㅠ_ㅜ

여름달님/ 언제 한 번 지방부족민을 위한 '전국순회 SF모임'을!...^^;

루디브리아님/ 어마마마님께 '아시모프'의 <로봇>시리즈를 소개시켜 주심이 어떨런지용~

toonism님/ '그것' 좀 보여달라니까요오~(벌써 10월이라 서둘러야 할텐데...)

시노조스님/ 우왓, '전도'까지 하시다니 대단하십니닷!
(제 주위엔 온통 '소'만 있는지 이거 원...-_-;)

Reibark님/ 헉, 저리 대놓고 말씀하시면...
(철판보다 두껍다는 '닭살'로 무장된 그들만의 배짱?...^^)
Commented by KJH at 2007/10/06 14:55
이번 판타스틱에서 가장 공감가는 기사였습니다.
Commented by 스페이스오딧세이 at 2007/10/06 23:57
후후, '이상한 소설을 읽고 있음을 우주의 중심에서도 당당히 외칠 수 있는 사람'의 블로그에 온다는 것을 굳이 숨기려하지 않는 분들이어서인지 다들 '통'하는군요^^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


최근 등록된 덧글
이영수라면 듀나 선생님?!
by DOSKHARAAS at 12/18
설마하니 내일 아침의 추위를..
by 스페이스오딧세이 at 12/17
아 더 추워졌어요 ㄷㄷㄷ
by 금숲 at 12/17
백두산을 백번 올랐으면 더 ..
by 스페이스오딧세이 at 12/16
북한산을 무려 100회나!?
by 코토네 at 12/15
와, 얼마전 신촌일대 '11번째..
by 스페이스오딧세이 at 12/15
후후, 모든 길은 로마로! ..
by 스페이스오딧세이 at 12/15
최근 등록된 트랙백
이전블로그
이글루 파인더
rss

skin by 이글루스